1. 피의자에 대한 인권침해를 막고 수사과정에서의 투명성과 적법성을 확보함으로써 형사소송의 이념이자 목적원리인 적정절차 원칙을 담보하고자, 2007년 사법제도개혁의 일환으로 영상녹화제도가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입법화된지 10년을 훌쩍 넘어섰다. 하지만 형사소송법에 도입된 피의자진술 영상녹화제도는 형사소송법의 이념 및 방향성에 제대로 합치하지 못한 채 지속적으로 이론적ㆍ실무적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형사절차상 영상녹화제도가 갖는 의미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여년의 기간 동안 제도가 정확한 방향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활성화되지 못했던 문제의 원인을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향후 형사절차에서 영상녹화의 실천적 지위를 어떻게 근거지울 것인가에 대한 논의의 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본 연구는 영상녹화제도가 입법화된지 10년을 넘어선 현 시점에서 도입 당시의 입법목표와 취지의 실현정도를 데이터에 기반하여 분석 평가해 보고자 한다. 이와 아울러 법제도적, 입법정책적 관점에서 영상녹화제도 시행에 수반되었던 문제점을 함께 검토함으로써 인권보장을 위한 통제장치로서 영상녹화의 실효성을 검증해봄과 아울러 형사소송법의 이념과 방향성에 부합하는 입법정책적 개선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2. 현행 형사절차상 피의자진술 영상녹화제도는 인권침해적 수사관행에 대한 반성, 수사절차의 적법성 확보, 수사기관에 대한 신뢰회복이라는 관점에서 그 필요성이 강조되어 왔다. 하지만 피의자진술 영상녹화 역시 기존의 피의자신문조서와 마찬가지로 오히려 진술증거 중심의 수사방식을 강화할 뿐 아니라, 법관 및 배심원의 심증형성에 있어서 왜곡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뿐만 아니라 피의자진술 영상녹화제도가 피의자 보호를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상 수사기관의 재량적 선택에 의해 좌우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서 제도의 실효성 확보에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각 수사기관에서 피의자조사 영상녹화조사를 시행하는 비율을 보면 매년 감소하고 있을 뿐 아니라, 평균적으로도 현저히 저조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이 피의자진술 영상녹화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2020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피의자진술 영상녹화는 순수하게 인권보장을 위한 적법절차적 수단으로서의 기능만 남게 되었다. 이러한 입법적 변화는 수사기관의 입장에서 볼 때 피의자신문시 영상녹화는 업무부담만 가중시키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임의적 선택사항에 불과한 영상녹화제도의 운영은 현실적으로 더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할 것이다. 3. 현행 형사절차상 피의자진술 영상녹화제도의 도입 이후 실무상 영상녹화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수사기관, 피조사자인 피의자, 그리고 피의자의 변호인들이 이 제도를 어떻게 인식하고 운영하고 있는지, 그리고 제도의 취지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를 위해, 실제 영상녹화조사를 한 경험이 있는 검사 100명, 경찰관 130명, 수사단계에서 영상녹화조사를 받은 경험이 있는 수형자 116명, 그리고 피의자 영상녹화조사시 참여경험이 있는 변호사 5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전문가(검사, 경찰관, 변호사) 대상 설문조사 분석결과를 보면, 영상녹화조사 시행율이 공식통계보다 더 낮게 나타났으며, 수사기관들은 영상녹화로 인한 업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피의자진술 영상녹화제도가 인권보호 목적달성에는 부합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현행 형사절차상 피의자진술 영상녹화제도를 꼭 필요한 제도로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수사기관들은 영상녹화조사를 수사의 목적 내지 편의를 위한 제도로서의 필요성을 중시하는 반면, 변호사들은 인권침해방지수단으로서의 필요성을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의자진술 영상녹화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서는 수사기관들은 현행 방식을 유지하되 업무지침상 대상범죄에 한해서는 의무적 시행이 필요하다는데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그리고 현행 피의자진술 영상녹화제도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피의자진술 영상녹화물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결과에 비추어 볼 때 영상녹화조사를 시행하는 수사기관과 피의자를 보호해야 하는 변호사들의 인식의 차이가 상당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수사기관의 관점에서는 영상녹화조사를 수사절차의 하나로 인식할 수밖에 없지만 변호사의 관점에서는 영상녹화조사는 피의자를 보호하기 위한 절차로 인식하는데서 비롯된 차이라고 할 것이다. 즉 피의자진술 영상녹화조사가 형사절차의 하나로서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러한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인식을 제도에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으로 피의자신문단계에서 영상녹화조사를 받았던 수형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분석결과를 보면, 영상녹화조사가 기존의 서면조사보다 긴장과 부담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로 인해 영상녹화조사가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영상녹화실의 조사환경 자체가 심리적 부담을 야기함으로써 오히려 자유로운 진술을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데서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영상녹화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조사대상자의 90%가 변호인 동석없이 조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는 바, 피의자 권리보호라는 측면에서 변호인 동석을 보장할 수 있는 개선방안이 필요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피의자신문시 영상녹화를 경험했던 수형자들은 동 제도가 피의자의 인권보호와 임의적 진술을 담보하기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받는 피의자의 입장에서 영상녹화의 유익성을 인식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영상녹화제도의 운영이 그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반성적 검토가 요구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4. 주요 외국의 피의자진술 영상녹화제도를 비교검토해보면 다음과 같다. 미국의 경우 주 법률규정에 따라 영상녹화 등 전자적 기록을 규율하는 경우가 다수이며, 일부 주만 주 법원 판결에 따르거나 주 대법원 규칙 또는 주 경찰청 지침 내지 정책으로 규율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미국의 경우 영상녹화 등 전자적 기록 시행의 주안점은 어디까지나 구금상태라고 하는 열세적 지위에 놓여지게 되는 피의자의 진술에 있어서 특히 허위자백을 배제하는데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허위자백을 배제하고 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증거로 하여 결과적으로 진범에 대한 유죄입증을 할 수 있도록 하며, 수사기관 내지 법집행기관 입장에서도 영상녹화 등 전자적 기록을 통해 자신들의 수사에 있어서 무리한 절차 진행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수단으로 이해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제도 도입의 역사적 배경에서 볼 수 있듯이 피의자신문시 의무적 녹음 제도는 진술증거의 공판절차 활용이라는 측면이 아닌 경찰의 수사관행에 대한 통제수단이라는 측면에 중점을 두고 도입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초기에는 경찰들이 이를 감시장치로 인식하여 부정적 태도를 보였지만 현재는 오히려 외부의 의심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장치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제도의 성공적 운영을 위하여 입법적 노력 뿐 아니라 실무관행 및 정책변화를 위해 신문기법을 개발하여 확산하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한편 녹음 녹화된 피의자신문 기록은 전문증거로서 형사사법법 제114조, 제118조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받으며 자백의 증거능력에 대한 PACE 규정을 통하여 주로 제한된다. 명백히 자백의 임의성을 배제할 정도의 강압 등이 사용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판사의 재량적 권한에 의하여 피의자신문 기록에 대한 증거능력이 판단된다. 영국의 피의자신문제도는 대내 외적으로 성공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PACE 실무지침 E, F의 2018년 개정에서 의무 녹음 대상 범죄를 범죄의 경중을 불문하고 모든 범죄로 확대하였는데 이는 제도의 성공적 안착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이해된다. 독일의 경우 피의자신문 영상녹화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한 것은 우리보다 다소 늦은 2013년으로 증인신문 영상녹화 규정을 피의자신문에 준용함으로써 피의자신문을 영상녹화할 수 있는 근거를 형사소송법에 삽입했다. 하지만, EU의 권고에 따라 2017년 영상녹화 규정을 개정하여 직접적으로 피의자신문 영상녹화 규정을 새로 도입하여 2020년 1월부터 발효되도록 하였다. 독일은 피의자신문 영상녹화 의무를 모든 피의사건이 아니라 고의의 살인죄처럼 극히 중대하거나 피의자를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사건에서만 인정하고, 그 의무를 위반했을 때의 효과도 엄격히 규정하는 대신에 법원이 재량껏 판단할 수 있게 하였다. 다만 2020년부터 5년간의 기간에 걸쳐 제도의 성과를 평가하고 그에 기초하여 제도의 확대여부를 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독일은 피의자신문 영상녹화제도를 실체진실을 규명하고 형사절차를 촉진하며 피의자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즉 국가와 피의자 모두에게 유익이 되는 수단으로 이해하고 그렇게 사용하는 데에서 만족하고 있다. 따라서 피의자신문 영상녹화를 활발히 이용하게 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개정하되 영상녹화물에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규정 등은 신설하지 않음으로써 독일은 이 제도를 직접주의 등에 기초한 종래의 형사절차를 개혁하는 수단이 아니라 조력하는 수단 정도로만 여기고자 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16년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제301조의2에 피의자신문 녹음 녹화제도가 도입되었지만, 2019년 6월부터 시행되었다. 일본 경찰은 2016년부터 전 과정을 녹음 녹화하고 있으며, 2019년에는 녹음 녹화 실시율이 94.2%에 이를 정도로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한편 녹음 녹화기록매체의 증거사용에 관해서는 우선 검찰측에서는 증거사용에 매우 적극적이지만, 변호인측과 학계에서는 변호인 입회권 보장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증거사용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녹음 녹화제도의 수사과정의 투명화, 피의자의 인권보장 등의 장점이 크기 때문에 증거사용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는 변호인의 증거의견을 적극 활용하고, 증거조사 간에 피고인 질문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녹음 녹화기록이 공판에서 과도하게 장시간 증거조사(상영)되는 것을 방지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제도운용상의 일부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개선을 도모하여 녹음 녹화제도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녹음 증거사용 등에 관해서도 증거조사의 필요성 요건의 충족 여부에 따라 증거사용을 긍정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5. 2007년 형사사법개혁의 일환으로 피의자진술 영상녹화제도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인 검찰이 주도를 하고, 증거법과의 연계문제로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지만, 지난 13년에 걸쳐 시행되어오는 동안 수사기관의 부적정한 신문관행들이 어느 정도 개선되고, 수사기관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정성립 여부를 입증하고 다툴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함으로써 피의자진술의 임의성을 어느 정도 담보할 수 있는 신문환경을 마련하는 데는 기여해왔다. 또한 영상녹화조사에 임하는 수사기관들이 제도 운영 자체에는 적극적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의자진술 영상녹화제도가 현행 형사절차에서 필요한 제도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피의자진술 영상녹화제도가 피의자보호를 위한 제도로서 제대로 자리잡지 못함으로써 오히려 피의자들에게 부담감을 야기함으로써 기피하고 싶은 제도로 인식되고 있는 실무상 한계가 있다. 또한 현행법상 피의자진술 영상녹화는 수사기관의 임의적 선택사항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영상녹화조사 대상범죄도 법률에 명시되어 있지 않아서, 사실상 피의자의 인권보호 보다는 수사상 필요에 의해 제도가 운영될 수 밖에 없는 입법적 흠결을 안고 있다. 따라서 형사절차상 피의자진술 영상녹화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피의자진술 영상녹화를 의무화하고, 이러한 의무화 대상범죄 및 피의자 유형을 명문으로 규정함과 함께 대상사건 피의자에 대해서는 모든 조사과정을 영상녹화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이러한 의무적 영상녹화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요건으로서 사전고지 의무화와 신청권 부여도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의무적 영상녹화절차를 위반한데 대해서는 일정한 제재규정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와 함께 정책적 고려사항으로는 영상녹화조사의 신문기법을 개발하여 수사관들에게 교육훈련을 할 필요성이 있으며, 영상녹화조사로 인한 수사기관의 업무부담 감소방안과 영상녹화조사실의 폐쇄성으로 인한 피의자의 부담감 감소를 위한 개방성 확보 방안 등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