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후위기 적응 법제도 기반 미비로 인한 어려움 기후위기가 과학자들의 예상을 뛰어넘어 가속화됨에 따라, 국내외에서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인간과 자연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악영향이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전 지구적 2050 탄소중립 달성에도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를 21세기 말까지 저감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기후변화 적응 법제도 추진을 통한 피해 예방과 회피, 신속한 대응 및 복구 체계의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으나 법제도 기반 미비에 따른 다양한 적응 시책의 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1.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적응 중요성 증가 2024년은 산업화 대비 1.5℃ 온난화 수준에 최초로 도달하는 시점으로 기록될 예정이며, 이는 이제 시작으로 향후 기후위기로부터 광범위한 부문에 걸친 인명 및 재산피해의 발생이 우려된다. 탄소중립을 향한 감축 협상의 난항 속에 국제사회에서는 기후위기 적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적응의 활성화 방안(enabling condition)으로 정책의사 결정자의 의지, 적응에 관한 지식 증진과 적응 재정의 조성 및 활용, 정책 이행과정의 모니터링 및 평가, 포용적 거버넌스 과정 등이 주요하게 다루어지며, 무엇보다도 적응관련 법/제도의 구축이 중요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1.2. 국내 적응정책 추진의 어려움 제1차 기후변화대응 종합대책(’99~’01년)은 국내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시작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국내 적응정책이 본격화된 시작점은 한국환경연구원 소속으로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현재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가 설립되고(’09년),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의 시행(’10년)과 제1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11~’15년)의 수립이 이루어지는 과정(’10년)이라 평가된다. 국내 적응정책 추진의 법적 근거는 2022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이하, 녹색성장법)의 제48조(기후변화 영향평가 및 적응대책의 추진)에 의거하여 모든 정책이 추진되어야 했다. 그동안 법 기반의 미비로 인하여 국내 적응정책 추진에 많은 어려움이 존재했는데, 대표적으로 적응정책 총괄을 담당하는 부서가 ‘팀’(신기후체제대응팀)에서 ‘과’(기후적응과)로 변경된 것은 불과 2022년의 일이다. 1.3. 적응 법제도 기반 강화의 필요성 적응정책의 활성화 조건으로 법/제도 기반 구축이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고 있으나, 세계적으로 적응 관련 법/제도 구축의 우수사례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영국의 「기후변화 기본법」(’08년)은 정책 자문기관으로서 적응위원회의 설립을 포함하여 기후변화 영향 보고서 작성, 적응 프로그램 개발, 적응대책 수립·이행 및 보고 의무화, 적응 주류화(mainstreaming), 기후변화 기금 마련과 재정 지원 전담기관의 지정 등의 사항을 포함하여, 일찍이 많은 국가들의 기후변화 대응 제도 마련에 모범이 되어왔다. 최근 일본의 「기후변화적응법」(’18년), 독일의 「기후변화적응법」(’23년)이 제정되면서 국내 적응법 마련과 관련한 논의가 진전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탄소중립기본법」은 적응관련 사항을 제6장(제37~46조)에서 다루고 있으나, 기본법 구성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비해 적응의 중요성이 강조되지 못하고, 국가·지자체·공공기관의 적응대책 수립과 추진상황 점검에 관한 사항만을 다루는 등 구체적인 시책을 추진하는데 부족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2. 국내외 기후위기 적응 법제 추진 현황 2.1. 국내 기후위기 적응 법제 추진 현황 2011년부터 다양한 정책연구를 통해서 기후변화 적응 추진에 필요한 법/제도 기반 구축을 위한 분석과 제언이 추진되어 왔다(조광우 외, 2011; 이수재 외, 2013; 박창석 외, 2014; 신지영 외, 2016). 조광우 외(2011)는 오적응(maladaptation)을 유발할 수 있는 개발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마련을 제안하였는데, 현재 운영되고 있는 기후변화영향평가(「탄소중립기본법」 제23조)의 기본 내용을 담고 있다. 이수재 외(2013)는 독립적인 적응법 마련을 위한 법률 항목을 제안하면서, 적응위원회의 설치, 운영, 공공기관 중심의 적응보고제도 추진, 정보공개,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의 설립 운영, 적응산업 지원과 금융 지원 및 활성화에 관한 사항을 선도적으로 제안하였다. 박창석 외(2014)는 독립법 제정을 염두한 적응정책 강화를 위한 정책 추진체계를 구성, 제안하였으며, 신지영 외(2016)는 녹색성장법의 개정을 목표로 하여 법제 체계를 현행화하는 정책연구를 수행하였다. 「녹색성장법」은 제40조를 통해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에 적응대책에 관한 사항을 담도록 하였으며, 제48조를 통해서 기후변화 감시·예측 및 평가(제2항), 정부의 적응대책 수립·시행(제4항), 국민·사업자 등의 적응대책 지원 근거(제5항)를 제시하고 있으나, 광범위한 영역에 걸친 적응 시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이어져 왔다. 「탄소중립기본법」은 제6장의 10개 조항을 통해서 기후위기 적응 시책에 관한 사항을 상대적으로 풍부하게 다루고 있으나, 국가(제38~39조), 지자체(제40조), 공공기관(제41조)의 적응대책 수립·시행에 관하여 다루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탄소중립기본법」은 구체적인 시책을 추진함에 있어 전담 예산 및 인력 확보가 불가하고, 다양한 부문의 적응정책을 국가차원에서 총괄하여 중장기적으로 일관된 방향성으로의 관리에 있어서 지속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2.2. 국외 기후위기 적응 법제 현황 Grantham Research Institute의 글로벌 리뷰에 따르면, 91개국이 법에서 적응을 다루며, 최고 170개국이 행정계획으로 적응을 실행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시책을 추진하기에 법적 기반이 부족함을 지적하고 있다(Nachmany et al., 2019). 일본은 「지구온난화대책 추진에 관한 법률」(’98년)을 통해 일찍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법제를 갖추고 있었으나, 적응 관련 규정이 없어 적응법 추진 설득력이 높았다. 총 20개 조항의 「기후변화적응법」(’18년)은 총칙(제1~6조)을 통해 적응주체의 책무를 밝히고 있으며, 제2장 기후변동 적응계획(제7~10조)으로 적응대책 수립·변경과 평가방법 개발 및 영향 평가 시행, 제3장 기후변동 적응의 추진(제11~15조)을 통해 연구 사업의 추진과 지역 적응 활동의 지원에 대해 다루고 있다. 독일의 「기후변화적응법」(’23년)은 입법과정에서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있었으나, 재정의 부족과 지자체의 부담 등을 사유로 정당 간 합의에 도달하는데 어려움이 존재했다. 독일 적응법에서는 주정부의 지역 적응정책의 강화와 연방정부의 전략수립, 공공 영역에서의 적응 주류화 추진을 주요 내용으로 다루고 있는데, 적응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명시하면서, 국가-지자체 연계의 강화와 모든 주체의 참여를 의무화한 점들을 우수하게 평가할 수 있다. 3. 기후위기 적응 법제도 개선 방안 3.1. 기후위기 적응법(안) 제안 본 연구를 통해 그간 지속되어 왔던 적응 및 기후변화 법제 전문가들의 논의사항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기후위기 적응법(안)을 독립적인 특별법으로 그 법률 항목(안)을 총 21개 조항으로 구성하여 제안하였다(표 1 참조). 또한 현재 적응법(안) 제정을 위해 포함되기는 어렵다고 판단되었으나, 향후 구체적인 추진이 필요한 적응 시책에 관한 제안사항(적응정보 담당 기관의 설립, 적응위원회, 예산 조정 및 전담인력 배치에 관한 사항, 오적응 방지 조항 등)을 제시하였다. 3.2. 현행법 개정(안) 제안 본 연구를 통하여, 「탄소중립기본법」의 제1장 총칙(제1~6조)에서 독립적인 적응법의 제정과 무관하게 적응정책 추진을 위해 강조되어야 할 사항(용어 정의의 표현과 추가 필요 사항)과 제6장 적응시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 필요한 사항에 대한 개정(안)을 제안하였다. 4. 결론 및 정책제언 본 연구로, 2016년 이후 중단되었던 기후위기 적응을 위한 법제도 개선에 관한 정책연구가 수행될 수 있었으며, 그 성과로 그간 오랫동안 논의되었으나 정리되지 못한 적응법 제정 및 개정에 관한 사항들을 정리하여, 독립적인 적응법(안)의 법률 항목과 현행 「탄소중립기본법」의 개정(안)을 마련하고 제안할 수 있었다. 연구 추진 기간 중 국회에서는 ‘기후위기 적응 및 국민 안전 강화에 관한 특별법’(임이자 의원 외 10인)으로 독립적인 적응법이 발의되는 성과가 있었으며, 과제 종료 시점인 지금 상임위 심사가 진행 중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점차 우리의 삶에 가까이 다가오고 있으며, 인명 및 재산피해는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손실과 피해는 비대칭적이며 비가역적인 특성으로,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과 취약한 지역을 중심으로 더 극심한 피해를 야기할 것이 예상된다. 국가 비전 ‘2050 탄소중립’의 달성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도 시급하지만, 당장 탄소중립에 도달하더라도 2100년까지 더 좋아지지 않을 기후위기로 인해 우리의 남은 삶과 미래세대를 보호하기 위한 적응정책의 추진을 서둘러야 한다. 우리 사회에 시급하고 중대한 적응정책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후위기 적응에 관한 대국민 인식 개선과 그를 기반으로 한 법제도 강화가 남아있는 큰 숙제라 생각된다. 적응정책의 실효성에 있어서도,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적응분야의 법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연구가 지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