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생태주의와 기술주의가 동시에 대두되는 현 시대적 상황 속에서 기존의 인본주의적 다문화주의를 대신하는 포스트휴먼 다문화주의라는 새로운 철학 및 이론적 관점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본고는 포스트휴먼 다문화주의의 이론적 기반이되는 인식론적 기초가 무엇인지, 포스트휴먼 다문화주의가 포괄하는 개념적 범주는 어떠한지, 그리고 포스트휴먼 다문화주의의 성격은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하였다. 본고에서 논의된 포스트휴먼 다문화주의에 대한 저자의 핵심 주장은 다음과 같다. i) 포스트휴먼 다문화주의는 기존의 다문화주의가 암묵적 전제하고 있었던 인류중심주의(anthropocentrism)와 인본주의의 관점을 넘어 인류가 인류 이외의 생태적 존재들 및기술적 존재들과 상생하며 공존하기 위한 윤리철학적(ethico-philosophical) 방향성을모색하려는 시도이다. ii) 기존의 페미니즘, 비판적 인종이론, 후기식민주의 이론, 비판적 문화이론 등의 차원에서 논의되어왔던 권력, 소외, 차별, 타자화 등에 대한 비판적관점을 인간 사회의 범주에서 생태적, 기술적 사회의 범주로 확장시키고자 한다. iii) 포스트휴먼 다문화주의는 탈유럽-, 탈이성-, 탈기술-중심주의적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문화주의에 대한 논의를 인문사회과학적 장에서 자연과학적 학술의 영역으로확장시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iv) 포스트휴먼 다문화주의의 이론적 기초는 일원론적세계관에 입각하여, 세계 속의 인간의 의미와 역할을 네 가지 포스트휴먼 하위이론들—세상 모든 존재들의 연결망(행위자-망이론), 마음-신체의 일원론적 통합(신물질주의), 인간과 사물의 공진화와 사물주체성, 그리고 탈인본주의적 정치윤리학(비대표성이론)—을 바탕으로 다문화주의에 대한 이론적 틀을 새롭게 설정하고자 한다. 본고의논의는 향후 생태성, 문화성, 기술성이 융합된 사회에서 다문화주의의 관점과 역할을확장시키는데 의미있는 시사점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