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이란 무엇인가? 이에 대한 여러 정의가 있지만, ‘지적인 능력을 지닌 자유로운 행동의 주체’이자 ‘타자와의 관계성’ 안에 있는 ‘개별적인 실체’라고 간략하게 정의해 볼 때, 삼위일체의 세 번째 위격이신 성령의 위격성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면하게 된다. 그것은 성령의 신비스러운 ‘자기비움’(kenosis) 때문에, 그분은 ‘얼굴도, 목소리도’ 없으신 하느님처럼 성경에서 나타나시고, 또 우리의 기도에서도 성부와 성자를 우리가 기도의 파트너로서 ‘대화’라는 인격적인 만남의 대상으로 삼는 것과 반대로, 기도 안에서 우리는 성령과 ‘대화’라는 형식으로 기도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분께 대한 기도는 주로 ‘오소서, 성령님!’(Veni, Sancte Spiritus)이라는 간결한 외침으로 되어 있고, 이는 ‘나’와 ‘너’라는 인격적 만남의 형식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성령은 성경에서 ‘바람, 숨, 불, 물, 생명, 사랑’ 등으로 언제나 ‘얼굴이 없는’ 비인격적인 실체처럼 우리에게 나타난다. 이러한 성령의 신비스러운 위격성은 우리가 신앙으로 그분의 ‘위격성’을 고백하면서도 실제 그리스도인의 기도와 삶에서 그분과의 만남을 어렵게 여기는 중요한 걸림돌이 되었다고 여겨진다. 오랜 시간 그리스도 중심이었던 서방의 신학 전통은 우리에게 성령을 ‘잊혀진 혹은 알려지지 않은 하느님’으로 간주하게 하여 서방에서 성령에 대한 고유한 신학이 발달하지 않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고무적이게도 성령에 대한 신학과 신심 운동은 현재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성령의 위격적 특징은 여러 신학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비롭고 또 우리 정신에 파악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본고는 거의 ‘비위격적’으로 여겨지는 이러한 성령의 신비스러운 ‘위격적 특징’을 분석하기 위해 성경의 증언과 교의적 발전 그리고 여러 현대 신학자들의 노력을 소개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알게 된 성령의 고유한 위격적 특징에 맞추어 기도 안에서 어떻게 그분과의 ‘만남’을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