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크하르트 사상에는 이중적 의미가 담긴 개념들이 있다. 신과 인간의 합일의 길을 규명하고자 한 그의 신비주의 철학의 핵심 개념들 중에 ‘버리고 떠나 있음’(Abgeschiedenheit), ‘무’(Nichts) 그리고 ‘지성’(Intellectus, Vernunft)이 신과 인간에게 공통으로 적용되어 이중적 의미를 띠고 있는 것이다. 이 개념들의 이중성은 에크하르트가 ‘신과 인간의 신비적 합일’(unio mystica)을 설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여, 신비적 합일을 이룰 수 있는 그 가능성의 ‘상태’(Zustand)와 그 상태적 측면이 어떤 작용과 활동으로 합일의 사건에 연관되는지 ‘과정’(Prozess)으로서 드러난다. 그러나 이러한 이중성은 신과 인간의 아무런 구분이 없는 온전한 하나 됨의 사건, 곧 ‘영혼의 근저(Seelengrund)에서의 신의 탄생’으로 해체된다. 곧 신과 인간이라는 관점에서 비롯된 상태와 과정 그리고 그 수동성과 능동성이라는 이중적 의미는 신비적 합일의 목적이 성취된 거기(근저)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이는 종말론적 결론이 아니라 영원한 현재에서 생기하는 사건이다. 에크하르트의 신비주의 철학적 개념들을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이기도 한 이러한 ‘이중성’은, 순수성과 절대성 그리고 초월성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 신의 본성으로서의 상태적 측면이 어떤 작용과 활동으로 신비적 합일을 이루는 과정에 상호 연관성으로 나타나는지 보여주고 있는바, 그 변증법적 통일성을 찾아가는 것이 본고의 목적이다. 신비주의 철학적 개념의 특성에서 비롯된 유비적인 표현이나 한편으로 대립적이며 모순적으로 보이는 언명들이 가리키는 본래의 의미와 그 의미가 지향하는 점에 대해 숙고하다 보면, 에크하르트의 개념들이 가진 이중성에서 벗어나고 떠나게 됨으로써 결국 반성적 작업조차 돌파되어 만나는 장중한 귀결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것은 신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무로서의 피조물인 인간이 온전히 신이 되는 가슴 벅찬 완전성의 실현, 지복직관의 가능성을 에크하르트를 통해 선물로 받게 되는 감격이다.